관절염으로 정체성을 잃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자살 얘기를 들었다. 그에게 다른 삶에 대한 격려란(인생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대안이란) 용기없는 자의 대책 없는 낙관이자 극복이라는 기념비 아래 묻힌 굴복이고 변명이며 기만일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정체를 잃은 존재적 미아가 되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삶이 목적인 삶, 그것만으로 삶은 살아갈 만한 것일까?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으로 삶은 아름다운 것일까? 알 수 없음, 모르겠다는 무기력만이 짙어지는 인생이다.

죽음에 이르는 편협함, 그것을 갈구하면서도 그들의 현악4중주(변절이건 뭐건 온갖 것들이 담긴 인생)은 또 달리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