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다큐에서 소개하는 직업에 대한 또는 삶에 대한 태도에 놀랐다. ‘10년을… 멍청한 일이다. 낭비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건 소명의식이 부재한 현대인(나)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소신을 갖기 힘든 사회경제적 풍토 속에 인생 전체를 하나의 커리어로 관철한 개인의 신념내지 집념이 인상적이다.
물 새는 곳을 찾기 위해 논두렁에 서서 귀 기울이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한편으론 디버깅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더지, 쥐구멍을 찾기 위해서는 논두렁의 잡초를 잘 뽑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논밭의 기하학적 배열과 그곳에 빼곡히 들어찬 농작물을 바라볼 때 드는 평온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구멍을 잘 찾는 방법이 타고난 감이라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요령이 아니라 게으른 몸을 이끌고 꾸준히 논을 관리한 정직한 노동이라는 점, 차별적 능력이 아니라 균일한 노력이라는 점이 뭐랄까, 삶을 긍정하게 한다. 뭔가 안심하게 된다.
영화에서 본 일본의 행동은 대게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고 지나치게 내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합리주의로 멍든 현재에 이런 목가적 향취는 거부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별거 아니예요, 7년이 걸렸을 뿐인걸요.
기본은 체력이랄까. 아이디어도 놀랍지만,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 힘에 감탄한다. 흔히 재능이나 능력으로 간주되는 것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으로 얻어진 숙련의 정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