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회 표가 생겨 혜선과 함께 다녀왔다. 모처럼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들을 보며 낯선 삶을 상상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이 과정을 즐길 수 없다면 그 결과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속물적인 욕망과 기만으로 토해낸 그 결과물 앞에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한눈팔아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든 간에 나를 사회적으로 존재하게 하고, 그 존재에 신용信用을 일으키는 것은 단 하나다. 없을수록 휘둘리고 타협하고 훼손될 수밖에 없다.

내가 꿈꾸는 삶,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즐기는 일들을 뒤로하고 나는 어느덧 한심한 어른이 되었다. 허투루 되는 일이 없는데 매일 조금씩 정진해야만 하는 일들을 꾸준히 못 한 것. 이 잃어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에 나는 다시 한심한 어른이 된다.

기억에 남는 영화 한 편, 손에 쥐고 있는 문장 하나,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 한 곡. 나는 그렇게 살아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