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멈춰 선 창밖의 풍경 사이로 창틀에 낀 찌든 때와 곰팡이가 눈에 띄었다. 엄마의 두텁고 주름진 검은 손이 떠올랐다. 예쁘게 치장한 아직 앳된 얼굴의 엄마와 유년 시절 찍은 사진도 함께 떠올랐다.
짝다리를 짚은지도 모른 채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던 걸까. 균형을 잃은 나는 뻣뻣하고 메마른 인간이 되었다. 엄마에게는 자랑이고 자부심일 내가, 이렇게 휘고 닳아 먼지처럼 흩날리는 게 미안하고 비참했다.
죽음이 통합이라면, 삶은 분열이라 했다. 어쩌면 어른이란 이런 것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대쪽 같이 뻗어 구부러진 적 한번 없는 신념을 동경할지언정 꺽이고 무릎 꿇어본 적 없는 이를 어른이라 할 수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글은 실패의 기록이라 했던가. 미팅 후 돌아오는 길, 잠깐 정차해 바라본 저 찌든 때가 서글프다.